백서 기획 집필 디자인을 500만원에 해주세요??
- 리퍼블릭 편집부
- 5일 전
- 2분 분량

일찍이 <와이어드> 전 편집장이자
<프리>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말했다.
"모든 디지털 상품은 궁극적으로 0원(무료)에 수렴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흔히 대박 혹은 폭망이라고 한다
. 어느 스타트업이
10년 전 서버 증설 없이도 클라우드 속도가
빨라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의 합리적인 시장가는 얼마일까?
알 수 없다. 정하기 나름이다 .
시장이 원한다면 가격은 깃발 꽂은 사람 마음대로다.
이렇게 1조원의 잭팟을
터뜨린 기업이 티맥스소프트다.
공공기관 홍보물인 백서도 소프트웨어일까?
모 기관의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인쇄를 하지 않고 백서를 기획해서 집필하고 디자인한 PDF만받으면 저렴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서 부른 가격이 300~500만원이었다.
'물성'이 없으니
즉, 인건비 외 원가가 들지 않으니
이 정도도 매우 후한 값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백서를 '프로덕트(product)'로 본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쇄를 하지 않으면 프로덕트조차 아닌 셈인데,
그렇다고 소프트웨어도 아니니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럴 때 적절히 쓰는 말로 '콘텐츠'라는 게 있다.
백서 제작은 콘텐츠가 핵심이다.
콘텐츠의 값은 얼마일까.
콘텐츠의 포인트는 기획이지. 그래서 백서기획은 비싼 거야.
기획이 비싼 거 아니냐고?
요즘은 AI가 생각마저 대신해주는 시대다.
백서도 자료 넣고 돌려서
문장화하면 금새 원고를 뽑는다.
물론 기획도 해준다.
하지만 텍스트는 나오는데 '컨텍스트(context)'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AI는 어느 땐 10년 차 기획자 같다가도
언제든지 어제 처음 출근한 알바 같은 표정으로 대꾸한다.
얘를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얘가 잘못 추론한 결과의 책임을
얘한테 물을 수 있을까?
여전히 사람이 판단한 값은 비싸다.
AI 의존도가 심한 요즘
사람이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해서,
즉 자기 생각을 도구화해서
도달한 결론은 AI의 길과 다르다.
모두가 AI를 써서 빨간 색의 결론에
도달했다면, 뻑뻑하지만
뇌를 굴려서 기획안 결론이 파란 색이라면
그 파란 색이 빨간 색보다 가치가 높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가치는 상대적 개념이므로,
열에 아홉이 똑같은 말을 하는데
하나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한다면,
그 하나에 베팅해야 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일 테니까.
AI는 소크라테스가
(아직은) 아니고, 생각하는 값은 단순히
질문을 프롬프트에 입력하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다.
삶이 그러하듯 우리 인생은 복잡하고,
인생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더 복잡하다.
어떤 사람이 예산 500만 원으로
백서 기획을 AI를 돌려서 하고,
이걸 적당히 짜집기해서 백서로
남긴다면 그 백서는 잘 만들어진 백서인 걸까.
알 수 없다.
AI는 만인에게 똑같은 답을 할 것이다.
'답정너'이다.
기획자는
클라이언트마다 다른 대답을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만드는 백서제작이
사람이 하는 일이어야 한다면,
AI에게 그 일을 일임해서는 안 된다.
다만 사람이 끼어들어서
더 복잡한 일이라면 AI에게 맡기는 게 낫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결론인지는
나 같은 백서제작 기획자가
판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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