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검수, 모니터와의 전쟁..차라리 외주 맡길까
- 리퍼블릭 편집부
- 2024년 10월 28일
- 2분 분량
원고 검수는 때로는 작은 전쟁이다. 첫 책을 준비하던 그 해 여름, 에어컨 바람도 시원찮게 느껴지던 더운 날씨 속에서,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원고를 검수하느라 거의 눈알이 빠질 뻔했다. 그날의 나처럼 원고 검수를 하다 보면, 작은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전투에서의 적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먼저, 가장 초반에 마주친 적은 오탈자였다. 언제나 사소한 실수에서 출발한다. '가나다'를 쳤는데 '가나가'로 오타가 나는 등, 작은 오타 하나하나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가장 답답하다. 그러다가 맞춤법 검사에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되어진다" 같은 표현은 정말 흔한데, 전문가들은 이런 표현을 피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맞춤법 교정을 하느라 며칠을 보내곤 했다.
문법적 오류는 더 골치 아팠다. 문장 구조가 어색한지,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는지 따지느라 한 문장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아마도 그때는 내가 문법 교사가 된 기분이었다. 가끔은 너무 억지로 고치다 보니, 오히려 원래의 의미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런 실수를 다시 잡아내는 것은 몇 주 뒤의 나의 몫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난관이었던 건 일관성 유지였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용어 통일' 같은 걸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을까? 중요한 단어가 계속 변하는지 점검하는 건, 마치 한 명의 캐릭터가 갑자기 이름을 바꾸는 것 같은 혼란을 방지하는 일이었다. 첫 장에선 '협상'이라 적어놓고, 뒷장에선 '교섭'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더라. 용어의 일관성을 지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두 시쯤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눈이 풀리고 집중이 안 되던 그 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독자가 이 긴 문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 가독성 개선이었다. 너무 길어 보이는 문장을 자르고, 단락이 엉성해 보이면 다시 조정했다. 문단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어느 순간, 그 과정이 마치 조각을 다듬는 조각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보다 더 골치 아픈 건 표현의 정확성과 적절성이었다. 같은 말을 두 번 적지는 않았는지, 불필요한 수식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중복된 표현을 발견할 때면, 마치 낚시에서 큰 물고기를 잡은 것처럼 뿌듯했다. 하지만 내 글이 독자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늘 함께 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단계에서 교차 검토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항상 내 시선으로만 검토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원고를 건넸고,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들을 던졌다. "여기 어색해." "이 부분은 이해가 안 돼."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약간 화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피드백이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었다.
원고 검수는 이렇게 끝없는 싸움이다. 하지만 그 끝에 내가 원하는 완벽에 가까운 원고가 있음을 알기에, 그 과정은 지루하면서도 흥미로웠다. 가끔은 새벽에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시고도 잠이 오지 않을 만큼 지치기도 했지만, 최종 원고를 받아들었을 때의 뿌듯함은 정말 대단했다. 그것이 내가 그 여름, 원고 검수와 함께 보낸 전쟁 같은 시간들이다.
그래서 지금도 원고를 검수할 때마다, 그 여름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싸웠던 작은 전쟁들을 떠올리며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전투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검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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