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이란 무엇인가요?
- 리퍼블릭 편집부
- 2022년 1월 19일
- 3분 분량
이렇게 당신을 포함한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윤문이란 단어는 생소할 것이다. 한권의 책이 출판되기까지는 작가의 원고 작성 작업 외에도 꽤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교정, 교열 등의 단어는 의미를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책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윤문이 무엇인지, 교정·교열은 무슨 뜻인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봐야 한다.
윤문이란 글을 윤색한다는 뜻인데, 윤색한다는 것은 윤기가 나도록 곱게 다듬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을 각색하여 자연스럽게 잘 고치는 작업'을 말한다. 하지만 윤문은 말처럼 그렇게 쉽고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윤문은 맞춤법이나 오탈자를 찾아 바로 잡는 교정, 교열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의 작업이다. 만약 전문 분야의 글을 다뤄야 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그리고 흔치 않지만 저자의 성격이나 글의 유형에 따라서 간혹 대필에 준하는 대공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작가의 원고를 다듬고 고치기 위해서는 작가의 수준에 맞춰서 모든 계층의 독자들이 이해와 공감할 수 있도록 재창조하는 것이 윤문이다. 다시말해서 윤문은 최종적으로 글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창조 행위이다. 하지만 다듬고 재창조하는 강도를 잘 조절해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과도한 윤색은 원문의 의미를 잃거나 많이 달라질 수 있기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의 경향은 작가가 요청할 경우 피드백을 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이 부분에서는 ~~~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 내용을 추가한다면 훨씬 좋을듯 합니다."와 같은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드백은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고 원작자의 의도를 파악한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윤문이 필수적으로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분야는 번역문이다. 번역은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인데 단순히 직역에 그치면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말로 옮겼을 때 자연스럽고 그 뜻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번역 과정에 윤문은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번역문의 윤문 작업은 국문보다 높은 집중력을 요한다.
이처럼 윤문이란 책의 출판 과정 중 하나이지만 생각보다 꽤 고난이도의 전문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윤문하는 사람을 보통 윤문 작가라고 칭한다. 헤어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패션 코디네이터가 고객을 더욱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어 변신시키듯이, 윤문 작가는 제맛이 나지 않는 글을 맛깔스럽게 만들고 건조하고 밋밋한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던 글 윤문 작가의 손을 거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맞춤법에 어긋난 오탈자를 찾아내 수정하고, 띄어쓰기를 바로 잡으며, 문장과 문장 또 문단간의 관계와 흐름을 점검한다. 뿐만 아니라 내용의 전달력을 가늠하고, 전체적인 글의 구조와 구성을 체크하며, 글이 여러 방면에서 풍성해지도록 세밀하게 살핀다. 작업의 성격이나 난이도에 따라서 윤문 작가가 출판 기획자나 편집자의 역할까지 겸하기도 한다.
거칠고 척박한 땅을 맨손으로 일구어 농작물이 뿌리 내려 결실을 맺도록 하는 뛰어난 농부이며, 볼품 없던 정원을 식물에 대한 사랑과 정성으로 아름답게 가꾸는 정원사. 내가 생각하는 윤문 작가의 모습이다. 이정도면 원작자 못지 않게 보람 있지 않을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면서 오히려 양지를 밝혀주는 사람들이 있다. 출판계에서 윤문 작가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자기의 이름을 내세우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내가 다듬은 책이다.” 또는 "내가 기획하고 편집한 책이 OO권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에 높은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윤문 작가들도 많이 있다. 그러면 윤문이나 교정·교열을 직업으로 삼거나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과 커리어가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 등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글을 많이 접해야 한다. 좋아하는 분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의 글을 가능한 많이 읽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내가 만나게 해야 한다.
윤문은 글을 수정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글을 쓰는 것에 더 가까운 작업인 것 같다. 윤문도 원작 못지 않게 많은 지식과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윤문작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윤문의 구체적인 목적을 정리해 보았다.
-.글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었을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주어가 빠진 문장은 없는가?
-.서술어가 같은 의미의 단어를 중복 사용하여 필요없이 문장이 길어지지 않았는가?
-.주어와 서술어의 대응이 의미에 맞게 되어 있는가?
(예: 왜냐하면 나는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0) 왜냐하면 나는 머리가 아프다(x))
-.수동태 문장이거나 이중부정 표현을 과용하지는 않았는가?
-.단문위주의 문장들로 쓰여졌는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