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출판에 불만족스러운 이유
- 리퍼블릭 편집부
- 4월 9일
- 3분 분량

세상 일은 거의 대부분 경제적으로 돌아갑니다. 돈을 주면 물건을 얻거나 서비스를 받게 되어 있고 이것은 내가 직접 그 물건을 만들거나 어떤 행위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죠. 돈을 썼는데 물건을 잘못 사거나 기대 이하의 서비스를 받았다면, 그건 현명하지 못한 소비를 한 탓입니다.
자비출판을 하는 목적도 마찬가지죠. 출판이라는 전문적인 세계를 모르는 보통 사람이,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전문 편집자의 도움으로 책을 내는 것을 자비출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비출판의 평판은 좋지 못하죠. 이런 후기를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개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 총평인 듯합니다.
어쨌든 자비출판이라는 키워드가 일반화되어 있고 관련 출판사들이 영업을 계속하는 걸 보면 ‘시장’이 성립한 건 맞네요. 문제는 구매자와 공급자의 이러한 미스매치가 왜 발생하느냐는 건데, 이 부분은 소비자의 불만족을 만든 공급자(출판사)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변론 몇 번과 의견서 몇 장을 써주는 변호사 비용은 평균 천만 원을 호가합니다. 그런데도 법률 전문가에게 재판 결과를 따지고 드는 의뢰인이 없죠. 형사재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내 이권이 걸렸거나 일신의 구속이 달린 중요한 문제니까요. 즉, 사안의 중요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출판은 어떨까요? 책을 낸다는 것이 일신이 구속되는 것보다 덜 중요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실 겁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연재한다는 것보다는 조금 더 ‘권위’가 있어 보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 이름을 건 책을 전국의 서점에 내고, 게다가 그 책이 상품이 되어 판매된다고 하면 이것은 단순히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는 것과 차이가 크죠.
단순히 블로그의 글을 종이로 인쇄해서, 서점 매대에 오른다, 는 물성적 개념으로만 파악하면, “아니 대체 내가 다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비용이 왜 이렇게 비싸?”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POD(자가출판)라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사실 한 번 이 과정을 직접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자비출판의 치명적 실수
대개의 보통 사람들은 책 한 권의 원고지 몇 자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글의 양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책이 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편집기획을 해본 적도 없고, 책을 내본 적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글이 있으면=책을 만들 수 있다, 는 식으로 과정을 단순화합니다.
글만 있으면 정말 책이 될까요? 출판 원고에도 “요소”라는 기능이 꽤 필요합니다. 본문만 해도 발문과 리드가 필요하고, 원고의 흐름도 개울물에서 시원한 파도처럼 흘러가게 만드는 편집의 요령이 필요하죠. 대개 책이 나왔는데 뭔가 어색해보인다면, 그것은 1차적으로 본문의 편집 기획이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POD 출판의 1차 실수가 여기서 많이 나옵니다)
자비출판의 두 번째 실수는 디자인 기획입니다. 미적 감각은 정답이 없는 문제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상업용 출판의 디자인에는 의뢰로 정답이 존재해요. 즉, 소비자인 독자층이 좋아하는 디자인은 정해져 있죠. “그런 거 필요없고 내가 보기에 예쁘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책은 독자의 외면을 받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표지가 시장에서 통할지에 대한 안목과 견해를 가진 편집전문가의 권고 내지는 수정 조율이 필요한 거죠.
하다 못해 목차 페이지 숫자를 책 하단 중앙에 배치할지, 끝쪽에 배치할지에 따라서도 책의 편집디자인 모양새는 달라지는데, 자비출판을 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이런 정보를 다 알기란 불가능합니다.(물론 책을 한 권 내보면 슬슬 보이기 시작하죠. 때가 늦긴 했지만) 독자로서 책을 읽을 때는 당연하게 여겨져서 몰랐던 것이, 내가 직접 품을 팔고 노력을 해서 할라치면 하나하나 돌다리 두들기듯 점검하고 가야 할 일이 생깁니다. 원고기획부터 책을 서점에 출간하기까지, 이런 과정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POD 출판의 끝이 완성도가 높아지기란 태생부터 어려운 것이죠.
자비출판에 성공하려면 먼저...
자비출판사는 그래서 이런 번거로움과 시행착오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만약 이런 전문성을 발휘해서 책을 만들었다면, 그 책의 결과물은 좋아야겠죠. 여기서 좋다는 말은 책의 상품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독자가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서 내 책을 발견했을 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면, 그 책의 결과물은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것이겠죠.
물론 모든 책이 상품성을 갖기란 어렵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서점에 출판된 책이라면 특정 카테고리의 영역을 점유하며 독자와 만나는 것이기에 이런 측면에서 책은 조금이라도 팔려야 정상입니다. 전혀 팔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는 뜻이죠.
자비출판으로 책을 냈는데 인쇄된 책을 잔뜩 받은 걸로 만족하는 독자들이 요즘은 별로 없긴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의 불만족을 느낄 수는 있겠네요. 요컨대 자비출판을 희망한다면, 내가 어떤 목적성을 갖고 책을 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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