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대필 '공정'으로 전락한 시대, 작가는 무얼 기획해야 하는가
- 리퍼블릭 편집부
- 2024년 9월 19일
- 2분 분량
누군가의 자전적 글을 대신 써주는 일은
더 이상 '특수 영역'이 아니다.
챗GPT가 책까지 대신 써주진 못하는 시대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그리 먼 시간이 걸릴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사람을 인터뷰하고
글로 엮어내는 능력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만큼,
수많은 이들이 '대필전문가'를
자처하고 시장에 나서기 때문이다.
인터뷰 두 번이면, 자서전대필로 책 한 권이 뚝딱!
이런 홍보 문구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콧대 높은 자서전 대필작가는
몸값이 천만 원을 호가한다지만,
그가 잘 소개받는 인맥을 걸터
두툼한 학력을 내세워 '공신력'을
몸값으로 바꾸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이제는, 저명한 교수님이
자서전대필작가를 구할 때마저
'완전경쟁' 시장인 크몽을 검색하기 바쁘다.
싼값이 비지떡인 건 시대를
막론하고 진리이지만,
"혹시나 더 싸게, 더 좋은 자서전 대필작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열렬히 비교하려는
의뢰인의 욕망을 막을 길은 없다.
수많은 자료의 탐색과 비교를 통해 대필 원고가 완성된다.
아무렴, 찾으면 찾을 것이고
두드리면 열리는 것이기에,
어찌어찌 고난 끝에 골방의
글쟁이를 찾아 자서전대필을 맡기더라도
그가 내 맘에 쏙 드는 글을 써줄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런 와중에 머리가 똑똑한 작가는 서점을 들락거리며, 글보다는 '기획'에 치중한다.
결국 자서전대필로 내 책을 내더라도
그 책이 얼마나 팔릴지는
필력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책에 지갑을 열고,
무엇이 시대의 화두인지를
캐치하는 것은 경제경영이냐
에세이냐 인문사회냐의 카테고리적
관점과는 별개의 문제이니 말이다.
수천부씩 팔리는 서점의 책들 중에서 기획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자서전을 떡하니 자서전이오,
하고 쓰는 바보도 없지만,
어떤 자서전이 대필기획을
통해서 쓰여진다면 그 책이
서점에 출간된다는 것은
결국 대중과의 접점과 교감의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마련이다.
자서전대필작가의 진화
고로 한 명의
자서전대필작가를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값이 얼마이며
그가 인터뷰를 몇 번 할지에 따라
결정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자서전 대필작가가
자신의 과업이 책 편집 및
제작이라는 전체 공정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의뢰인(저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시장성 있고 대중적인 책으로
엮어낼지에 관해 '편집자적 관점'을
갖추고 있어야만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임이다.
요컨대 자서전 대필작가를
'검색'으로 발견하려는 이들은
그가 쓴 글이 아니라
그가 펴낸 책을 먼저 확인해야 하고,
그의 샘플원고가 아니라
그의 기획안을 먼저 받아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 권의 책을
어떻게 기획하고 대필을 통해서
펼쳐나갈지에 대한
자서전 대필작가의 구상과 비전을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론은 이 시대의 자서전 대필작가는 단순히
글만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기획자이자 편집자이며,
훌륭한 제작자이자
나아가 마케터까지 되어야 한다.
책을 편집한 이보다
그 책의 홍보 포인트를 잘 아는 이가 누구일까.
좋은 글은 결국
좋은 기획 의도에서 비롯되며,
좋은 기획의도란 결국
독자층을 올바로 정한 상태에서
책의 카테고리를 어느 방향으로
정할지에 달린 문제이다.
지명도가 높지 않은 이,
자서전을 한 번도 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틀 안에 들어오게 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 부수를 얻을 수
있는 묘수라는 것은 결국
대필한 책의 기획력에 달린 문제다.
다시, 의뢰인이 많은 자서전 대필작가는 요즘 집필실에 없다.
그는 글은 글 잘 쓰는 이에게 맡기고
오로지 서점에 매대 근처를
어슬렁거린다. 그 중에서
각 카테고리의 책이 어떻게 판매 상위에
올랐느냐를 고민하며,
자서전 대필작가의 기획력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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