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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대필 어떤 작가를 만나야 하나.

  • 작성자 사진: 리퍼블릭 편집부
    리퍼블릭 편집부
  • 2024년 12월 26일
  • 4분 분량

어제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산타가 63빌딩 하늘을 가로지르는 사진을

딸아이에게 보여주었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중요한 건 사진이 진짜냐, 가짜냐, 가 아니라

그래서 동심을 믿을 거냐, 말 거냐죠.

저는 전자이고 싶습니다.

자서전대필 작가는 연말이 가장 바쁩니다.

사람들은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무언가 결실을

맺고 싶어하고, 누군가에겐 그 결과물이 책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환경과 니즈가 다양한

여러 분을 인터뷰 하고 있고, 자서전대필이라는

'핑계(?)'로 다양한 사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인터뷰라는 과정은 여전히 즐겁습니다.




문득, 며칠 전에 저를 방문한 D일보의

기자님이 생각나더군요. 갑자기

"자서전대필작가의 세계를 취재하고 싶다"고

하길래, 정중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상 그러지 못했고 얼떨결에 2시간을 그와

마주 앉아 제 업의 본질에 대해 떠들었네요.

그가 카톡으로 저에 대해 쓴 기사라며 보내준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부만 추려보겠습니다)

  자서전대필 작가는 어디에서 일할까? 글 쓰는 프리랜서 일.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로울 테고…. 집 또는 가까운 카페일 거라 생각했다. 인터뷰를 잡으려고 댁 근처로 가겠다고 했더니, 사무실에서 보자는 말이 돌아왔다. 사무실?

 O작가(42)는 주중엔 서울 종로구 한 공유 오피스로 출근한다. 그를 만난 공유오피스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각 방이 여러개 붙어 있는 구조였다. 입구 쪽 가까운, 파티션 책상 한 칸이 그의 자리였다. HDMI 케이블로 노트북과 연결된 모니터 화면엔 작업중인 파일 원고가 보인다. 파일 제목은 ‘OOO 회장님 원고’. 나도 이름을 들어본 식품업계 중견기업인이다. 오 작가는 주로 기업·비즈니스와 관련한 자서전을 쓴다.

  그는 원칙을 세워두고 일한다. 1)우선 반드시 사무실로 출근할 것. 여느 직장인처럼 아침이면 은평구 집을 나선다. “자서전 대필은 루틴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마감 없는 대필은 없다. 대체로 자서전대필 원고량은 단행본 한 권 분량(원고지 500~600매)이다. 집필 기간은 보통 한 달 반 안팎. 그 루틴을 지켜야만 1년에 10권 이상 써낼 수 있다. 대필은 하는 만큼 벌어가는 일이다.

  그러니 다음 원칙. 2)일하는 시간도 지킬 것.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진 자리에 앉아서 쓴다. 6시간이면 여느 직장인 보단 형편이 나은가? 하지만 자저전을 쓴다는 건 단순히 집필만 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도 여느 직장인처럼 집중해서 업무 볼 때가 있고, 반응이나 지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때도 있다. 보통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그 모든 시간을 통틀어 근무라고 말한다. 그는 대기하는 시간은 빼놓고 말했다.

  인터뷰를 잡거나 피드백을 받을 땐 상대 회사 측 비서실과 수시로 전화해야 한다. 언제쯤 회신 가능한지, 묻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까지 따지면, 그의 일과는 한정없을 것이다. 대필은 어쩌면 글을 쓰는 것보다 고객사를 영업하는 일에 더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프리랜서인 오 작가가 여느 회사원들 일할 때 사무실을 나오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비서는 일과 시간에 일하니까요” 오후 5시쯤 인터뷰 중에도 클라이언트 회사에서 전화가 울렸다. 그는 양해를 구하고 받았다. 3)클라이언트 인터뷰는 상대 측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 맞춰야 할 것이다. 그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리라.

  그가 전업 대필 작가가 된 건 6년째다. 언론사 경제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PR회사 사보팀, 기획출판사 편집자를 거쳤다. 회사에 오래 몸담고 있기엔, 조직생활과는 잘 맞지 않았다. 그는 혼자하는 취미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무엇을 좋아하는고 물으면, 문학이라고 대답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소설이었다. 그는 대학을 중퇴했다. 전공인 경영학은 맞지 않았고, 한동안은 글 쓰는 일을 찾았다.

  어쩌면 기사도 문학과 관련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신문사에 들어갔다가, 언론사 특유의 딱딱한 위계질서가 맞지 않아 2년만에 퇴사했다. 그래도 첫 사회생활이 그렇다 보니, 인터뷰하는 일을 계속 얻었다. 마지막에 몸담은 출판사도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슈를 갈무리해서 발 빠른 기획 출판을 하는 회사였다.

  그때 교수 직함 달고 권위는 있는데, 막상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저자가 배정될 때도 있었다. 그런 저자들의 의중을 찬찬히 묻고, 글을 고치는 게 편집자로서 그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상대에게 핵심을 갈무리해서 되돌려주고, 이를 정리하는 데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가 유념하는 원칙. 4)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글로 엮어내길 어려워하니, 자주 되물을 것. 그때 들인 생각이다.

  PR사나 출판사는 싫지 않았다. 그건 다행히도 한 명씩만 상대하면 되는 일이었다. 직원들간 위계가 강하지도 않았다. 일은 고요한 성격과 맞았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나와야만 했다. 출판사에서 인연을 맺은 선배 편집자 중에선 다른 출판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 한 선배가 그에게 외주 일감을 맡겼다.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경제학 관련 교수 원고를 맡긴 것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일은 아는 사람 소개로 새끼를 쳤다. 대필 작가는 보통 소개로 일감을 받는다. 예전 편집자 또는 출판사에 지인을 둔 작가 지망생들이 진입한다.

  

  이런 원칙도 있다. 5)상대의 생각에 말뚝을 심어줄 것. 그는 대필이 누군가에게 단순히 글을 써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말뚝을 심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게 자신이 규정하는 이 일의 정의이기도 하다고.

  “누구나 생각은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글이라는 명확한 형태로 구체화를 못할 뿐이죠. 글로 엮어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부족하다거다 무식하다는 게 아닙니다. 모두 저보다 더 전문분야에 있고, 지식의 깊이는 더 깊고, 지혜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만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인터뷰를 통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지금 이 지점이다’라고 정확한 지점을 마치 말뚝처럼 심어주는 게 제 일입니다.

이 기사가 어디에 게재될 지는 잘 모르겠고,

게재될 지 여부에 대해서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자서전대필작가라는 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유감 없이 다 한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 "생각의 말뚝을 심어주는 일"이라는

것이 제가 내린 자서전대필작가의 본질입니다.


그러나 자서전대필작가가

문학을 한다는 건 오해입니다.

대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분야는 철저히 거래의 관점으로

계약을 맺고,

그에 따라 글이라는 완성품을 일정에 맞춰

'납품'하는 일련의 공정을 따릅니다.

겨울의 낙엽을 밟으며 머리를 식히는 시간..

저는 고객과 감정노동을 최소화하려고 하며,

C/S는 제 업이 아니기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최소한의 친절로 이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만약 자서전대필작가를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느냐고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결코 친절한 사람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친절함의 감정 노동을 제공하는 작가는,

집필 외적인 부분에 에너지를 더 쓴다는 것이고 결국

그런 글은 좋게 나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서전대필작가가 덜 친절하다는 것이,

그와 불통한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소통이 잘 되는 것은 결국 '일머리'가 좋다는 뜻이고

일을 잘하는 대필작가는 결국 고객이 원하는 글을

고객의 정확한 니즈를 간파해 그에 맞게 써주고,

제 경우는 나아가 이 글이 상업적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갖도록 만들어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일 잘하는 자서전대필작가는

친절한 자서전대필작가보다 낫다는 뜻이고,

자서전대필작가를 고를 때는 결코 친절함이나

저가의 집필 비용보다는,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가, 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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