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대필 작가가 본 자비출판의 문제점
- 리퍼블릭 편집부
- 2024년 10월 15일
- 4분 분량
최근 1인 출판의 인기로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비용을 들여서 출판을 하는
'자비출판'이 인기입니다.
자비출판사도 많아졌고,
자비출판을 도와주는 대필작가도 많은데요.
사실상 관련성이 크게 없는 것 같은데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책 출간 관련 문의가 부쩍 많아진 듯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비출판을
준비중인 분들이 쉽게 간과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자서전대필로
개인 브랜딩을 하시려는 분들이
알아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글'이 주인공이 아닌 자비출판?
자서전대필로 개인브랜딩을
하는 분들은 모든 과정을
자비출판을 하기도 하고,
자기 글이 있는 상태에서 디자인과
출판유통만 희망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출판과정을 준비하기 위해
검색하다보면 "글 외적인"
요인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표지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이고, 몇 부를 할 것이고
인세를 얼마나 받을 것인지 등에 대해 말이죠.
요컨대 자비출판을 위한
시작지점에서 결과부터 염두에
두고, 단지 이 프로세스를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해결해줄 곳을 찾는 식입니다.
그래서는 곤란한데 말이죠.
자비출판 처음하는 작가라면...
책이 나오기 전에는,
이 책이 어떻게 나올지 첫 자서전을
내는 작가라면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서전대필로
글부터 맡기는 과정이라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과적인 인세나, 발행부수, 제작비용 등에
관심을 갖게 되죠.
그렇지만 자비출판의 핵심은 '글'입니다.
책 출간 자체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면,
결국 내 책이 사람들에게 읽혀야 할
것이고, 그렇게 읽힐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글'이 중요하다, 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요컨대 글 집필 이후의 작업은,
적어도 출간을 위한 원고가
완성된 이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자서전대필 같은 경우도
그래서 우선 출간을 목표로
하더라도 준비 시작 과정에서는
'대필'을 통한 '글'이라는
요소 하나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필을 통해 나올 원고의 결과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하게 됩니다.
자서전대필, 챗GPT가 다 써준 결과 ...
사실 어제도 용산에서 한 분을 미팅했는데,
상담 내용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쓰고 싶은 내용을 녹음해서 챗GPT로 돌렸는데아무리 봐도 이건 글이 아닌 것 같아요."
하도 책이 많이 출판되는 시대이다보니,
'녹취록'과 '콘텐츠'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린시절에 고생했던 내 자서전 이야기를 챗GTP에게
써달라고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질문:
어린시절 고생했던 40대 중년 남자의 자전적 이야기인데
15살부터 20살까지 겪었을 법한 자서전 내용으로 써줘
답변:
제1장: 어둠 속에서 피어난 희망 (15세)
어린 나이에 느꼈던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내가 15살 되던 해 갑작스럽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가족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집안 사정은 점점 어려워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었다. 빵집에서 일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자 몸은 피곤했지만, 그 무게는 내 정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속엔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고, 어릴 적 꿈꾸던 미래는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제2장: 세상과의 싸움 (16세)
16살,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생계에 뛰어들어야 했다. 친구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미래를 꿈꾸는 동안, 나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공장에서 일을 했다. 때로는 눈물이 나올 만큼 힘들었지만,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이 길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힘겨운 날들 속에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꿈틀거리던 희망의 끈을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어른'이 되어야만 했다.
제3장: 슬픔을 딛고 선 자립의 길 (18세)
18살이 되던 해, 나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왔다. 작은 원룸에서 혼자 살며,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전보다 조금 나아진 환경이었지만 외로움은 여전했다. 매일 밤, 집에서 쪽잠을 자며 홀로 밥을 먹는 일상은 서글펐다. 그때마다 나는 '언젠가는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삶은 녹록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장은 깔끔합니다.
군더더기 없고 기승전결도 있네요.
역시 인공지능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콘텐츠'가 아닙니다.
단지 가상의 스토리를
엮어서 풀어놓은 글이고,
이것으로 책 내용을 꾸리겠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아무런 반향을 얻지 못합니다.
그럼 전문 대필작가가 쓰게 된다면
이 내용은 어떻게 바뀔까요?
제1장: 어둠 속에서 피어난 희망 (15세)
어린 나이에 느꼈던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내가 15살 되던 해 갑작스럽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가족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집안 사정은 점점 어려워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었다. 빵집에서 일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자 몸은 피곤했지만, 그 무게는 내 정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속엔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고, 어릴 적 꿈꾸던 미래는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이 대목을 이렇게 바꾸어보겠습니다.
부모의 죽음과 맞바꾼 '공허함'아버지는 내가 중학생 때 돌아가셨다. 의사가 보여준 차트에서 암은, 마치 나무에 버섯이 피듯 퍼져 폐와 간, 대장까지 점령한 상태였다. "가족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의사가 할 법한 말치고는 너무 '드라마틱' 했기에 나는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15살에 고아가 되어서 평생 고생했다, 는 식의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이후 평생 내 인생을 채울 '공허함'이 생긴 순간에 관해 말하고 있을 뿐이다.
작가가 손으로 쓴 원고
위 인공지능이 쓴 대필 글과 대필작가가
쓴 이 자서전원고의 차이점은 2가지입니다.
문학성과 독백성
자서전은 독백을 통해 문학성을 입증하는
글이기에 작가의 숨결을 통해서 집필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실을 거론하는 식의 건조한 구성을
통해서 자비출판된 자서선 원고는
말 그래도 '죽은 원고'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자비출판을 통해
자서전대필을 진행하려고 할 때는 이 차이를 먼저
짚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자서전대필을 진행하는 작가들의
레벨도 차이가 많습니다.
학력이 화려하거나 단순히 문장력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대필 원고의 주제와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자서전대필 작업을 진행하신 뒤에,
그에 맞는 자비출판을 진행해야만 나중에
출간 이후에도 후회가 없습니다.
좋은 글이 뒷받침된 자서전이야만,
디자인이 조금 미흡해도, 마케팅에
온통 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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