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출판 대필작가에게 베스트셀러 부탁한 결과
- 리퍼블릭 편집부
- 2024년 8월 6일
- 3분 분량
책은 처음 냅니다만,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 걸까. 책을 내려는 이들이 1등, 소위 말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서만 자서전출판 하는 건 아니다. 바다의 수많은 모래처럼, 책을 내는 수많은 동기가 존재한다. 다만, 읽히지 못한 책은 창고에서 썩을 뿐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는 책 팔기 위해 자서전출판으로 책을 내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결국엔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릴지 궁금해한다. 안 팔리는 책보다야 한 권이라도 잘 팔리는 책을 내고자 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그래서 자서전출판은 마케팅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10년 넘게 책을 만들다 보니 어떤 책은 무슨 의도로 만든 것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작은 출판사의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이 서점의 매대를 사거나 큼지막한 광고용 배너를 내걸 정도는 아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자금력이 있는 출판사들의 몫이다. 투자 비용 대비 판매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지도 높은 작가들의 책이야 마케팅에 기름을 부어야 한다. 하지만 작은 자서전출판사들의 사정은, 마케팅을 오롯이 광고비에 기댈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출간되자마자 사장될 책을 기획하는 건 자살행위이기에, 작은 출판사들은 그만큼 기획 단계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작은 자서전출판사에게 마케팅은 다름아닌 출판 기획의도와 제목, 그리고 표지디자인이 전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잘 만든 한 줄의 제목과 표지가 책 판매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독자가 어떤 책에서 재미와 정보, 나아가 한 줄기 통찰을 얻기 위해 내용을 검증하려면 자서전출판 대필작가가 일단, 그 책의 제목과 기획 의도, 그리고 표지디자인이 삼합을 이루어야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책의 내용을 들춰보고 사는 독자는 거의 없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시의성 있는 기획과 번뜩이는 제목을 달고 있으면 먼저 손이 가는 법이다. 여기에 표지까지 감성을 건드리면 닫힌 지갑이 열리는 심리적 기제가 발동한다. 내용이 읽히는 건, 어디까지나 책을 구매한 다음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대신 만들어주는 자서전출판 대필작가 입장에서 밀도 있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제목이다. 소개를 받고 연락을 해오는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여기가 제목을 잘 잡아준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책을 잘 집필해준다고 들었다”는 얘기는 거의 없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의뢰했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책 편집을 맡기는 사람이 그러할진대, 독자들의 사정이야 다를 바 있을까. 읽어보니 딱히 별 내용이 없었음에도 제목과 표지디자인에 이끌려 책을 산 경험이 나 역시도 많다.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이 제목과 디자인에 달린 실태는 물론, 종합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다투는 책들이 아니다.
자서전출판 책을 아는 사람들은, 출판이 결국 카테고리의 싸움이라는 걸 잘 이해한다. 서점에 가보면 참으로 책이 서가에 꽂히는 코너들이 있다. 인문, 사회, 경제경영, 자기계발, 에세이 등으로 굵직하게 나눠본다지만, 같은 에세이 카테고리 안에서도 자연 에세이, 여행 에세이, 휴먼 에세이가 나뉜다. 일반 독자들이 잘 모르는 얘기다.
자서전출판사들의 경쟁은 대개 이 안에서 이뤄진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 출판사’들의 사정과 달리, 독립 출판을 내세운 작은 출판사들은 이 안에서 조금이라도 순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대개의 책은 출간 이후 1-2개월 이내에 자기 자리를 찾게 된다. 잘 될 법한 책은 거의 1개월 이내에 판매량으로 존재감을 입증한다. 출간 이후 한 달 동안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차트를 역주행하는 일이 일반 저자들에게는 좀처럼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출판사의 대필작가가 만드는 책들은 출간 시기가 중요하고, 출간하려는 책의 기획의도가 중요하다.
자서전출판 대필작가의 개성을 살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함은 물론이고, 출판 유행을 간과할 수 없고 출판 시기까지 저울질해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작은 자서전출판사도 블로그 독자 체험단, 언론 보도, 서점 영업 등을 통해 골고루 홍보의 씨앗을 뿌린다. 하지만 그 힘은 한 권의 책이 기획되는 시점에 응축된 에너지의 힘보다 못하다. 결국 작은 자서전출판사는 수천 번의 연습을 통해서 단 한 번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를 쳐야 하는 선수의 심정과 같아진다.
이런 자서전출판 대필작가와 출판편집자의 마음을 책 편집을 의뢰한 저자가 꼭 헤아리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저자 나름의 사정으로 표지와 제목, 그리고 목차에 ‘태클’을 건다.
“그건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목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해도 “그래도 저는 이게 좋은 걸 어떡해요”라고 하는 한 마디면 자서전출판 대필작가는 저자의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 돈을 내고 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으니 ‘고객’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은 대행 서비스의 기본 아닌가. 출판편집으로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밝은 저자들은 제목이며 표지, 책 내용에 편집자의 역량을 존중하고 따라오기도 한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그런 책들은 판매 결과도 좋은 편이다. 때로는 저자의 판단이 더 정확할 때도 있지만, 시장을 향한 안테나는 아무래도 편집자가 더 정확한 편이다. 유능한 편집자는 저자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하니, 기획 단계에서 자서전출판 대필작가는 단단한 각오를 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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