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는 자서전대필작가가 될 수 없는 이유
- 리퍼블릭 편집부
- 1월 9일
- 3분 분량
나는 자서전대필작가이지만 챗지피티를 쓴다.
육필로 쓴 의뢰인의 원고지를 OCR해서 판독하거나,
복잡한 수치를 계산하거나, 혹은 녹취록을 주제에
맞게 정리할 때는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자서전대필을 할 때는 챗지피티를 쓰지 않는다.

이건 마치 남들이 보기에
정육점을 차린 사장이 날이 잘 선 칼을
사놓고 오이를 써는 식처럼 보일 것도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챗지피티로 자서전대필을
쓰는 게 양심에
걸려서가 아니다.
이유는 꽤 합리적인데 챗지피티는
자서전대필, 요컨대 창작의 업무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역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예를 살펴보자.
아래는 내가 자서전대필작업으로
의뢰받은 모 대표님의 녹취록 중 일부다.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를 인용한 다음,
챗지피티한테 글을 써달라고 의뢰해보았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후, 운명처럼 보험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처음부터 보험에 대한 꿈을 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졸업 후 취업 문턱에서 좌절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보험 영업직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죠. "뭐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면접에 갔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보험업계에서 이렇게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첫 출근 날, 제 마음속엔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제가 느낀 것은 낯설음보다 설렘이었습니다. 제 자리 위에는 ‘신입사원 OOO’이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고, 그 작은 명패 하나가 제게 “여기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영업이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익히 들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겪어보니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첫날 고객에게 거절당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제게 스스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 물음이 제 도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보험 영업을 하며 가장 먼저 배운 것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었습니다. 하루에 수십 명의 고객을 만나면서 대부분은 단번에 거절당했습니다. “이런 거 필요 없어요.”, “다른 데 가보세요.”라는 말에 낙담할 때도 많았죠. 그러나 저는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거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작가는 챗지티피
훌륭한가? 문장력이 좋다.
아마 글을 써본 사람은 이렇게 쓰는 것도
어려워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챗지피티로
'글'을 쓰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맞다.
하지만 이걸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과 콘텐츠의 차이가 뭘까?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공감하거나, 지혜를 얻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에게 일을 시키면 기계적인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럼 자서전대필작가가 쓰면 다른가?
아래는 같은 내용을 내가 써본 결과다.
사람들은 지금도 보험을 단순히 '영업직'이라고 말하면서 단순히 말을 잘하면, 고객을 어떻게든 설득만 하면 계약을 따내는 일로 봅니다. 크나큰 오해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보험영업은 철저히 '기술직'입니다. 보험 영업의 기술이 없는 사람은, 제 아무리 말을 잘하고 지인이 많아도 계약을 한 건도 해낼 수 없습니다. 왜 그런지는 앞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드리려고 해요. 첫 계약을 하고 수당이 나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설레었다기보다는 어안이벙벙했습니다. 한 순간에 공중에 붕 뜬 기분이었죠. 6개의 계약을 따내고 내가 받은 돈은, 그 전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받았던 월급보다 한참 많았습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고작 회사원처럼 출근 도장을 찍고 목표로 삼은 설문지를 돌린 것 뿐인데 말이죠. 그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운이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지만 나는 그 다음 달에 7건, 그 다음 달에도 8건의 계약을 따내고 나서는 뭔가 틀림없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했던 건, 회사 다닐 때의 업무량에 비해서는 일도 아니었는데 보험영업이 하나의 직업이 될 수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영업은 운이 아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동료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지만 버젓이 이 일로 돈을 벌고 있었어요. 그 중에는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 남자 설계사들도 있었고, 이 일로 돈을 벌어 아파트를 샀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 지점장님이 했던 얘기가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영업을 할 때는 자존심은 집에 냉장고에다 딱 두고 와서 고객한테 설계만 해서 가져가세요. 그럼 돈을 벌 수 있습니다."나는 시키는 대로 했고, 남한테 싫은 얘기를 조금도 못 하는 내 성격과 자존심을 그날부로 잊었습니다. 그리고 현장 영업을 나갈 때는 회사에서 배운 대로만 외워서 고객을 만났어요. 그랬더니 조금씩 체결되는 계약 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 할 수록 해야 할 공부는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어쩌다 보니 일을 한 지 반년이 훌쩍 흘렀고, 6개월 차에 저는 월 12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2W'라고 하여 매주 일정하게 2건씩, 월 8건의 계약을 독려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매주 신규 계약을 2건씩 만들어내려면 상당히 전투적인 영업이 필요했습니다. 베테랑 선배님들도 매주 2건의 신규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그것이 될지 안 될지 따져보지도 않고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저 AI처럼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계약이 우수수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 운이 좋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저더러 영업에 운이 따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3개월을 지나 6개월, 1년 차가 될 때까지 매달 10건이 넘는 계약을 따내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영업은 결코 운이 좋아서 잘되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히 발품을 팔아야 하고, 그만큼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많아야 합니다. 고객들은 제가 설계를 잘해드리면 저를 신뢰하고 주변에 저를 소개했습니다. 그때 머릿속에 번쩍 그런 깨달음이 왔습니다. '아, 내가 사람에게 믿음을 주면 이 일로 성공할 수 있겠구나.‘
자서전대필작가의 원고
차이가 느껴시는가. 그렇다면 그 차이는 뭘까.
얼핏 보면 글쓰기 역량 자체는 챗지피티나 자서전대필작가나
비등비등한 것 같다.
그러나 챗지피티에게 없는 것이 자서전대필작가에게
있는데
그것은 글의 숨결이 느껴지고 맥락이 그려지며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이다.
대필내용은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그 답을 챗지피티가 내놓을 때까지,
자서전대필작가는 계속 손으로 원고를 써야 할 것 같다.
수고스럽지만, 인터뷰도 앞으로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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